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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이야기

한영애 -봄날은 간다





 



    봄날은 간다  

  - 김용택 - 

 

진달래...염병한다 시방, 부끄럽지도 않냐
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
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
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
어지러워라 환장허겠다 시방.

 
 

 

  찔레꽃...내가 미쳤지
 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
  사내 손목울 잡아끌고 초저녁
  이슬달린 풋보리잎을 파랗게쓰러뜨렸니라
 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
 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,

 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

 


  산나리...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
 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
 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
  산나리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
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
 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

 

 

 

 서리...꽃도 잎도 다 졌니라
 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
 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
 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

  글 - 김용택 - 




사랑에 부쳐

- 김나영 -



도둑 같은 사내와 한번 타오르지도 못하고

손가락이 긴 사내와 한번 뒤섞이지도 못하고

물불가리는 나이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


모르는 척 나를 눈감아줬으면 싶던 계절이

맡겨놓은 돈 찾으러 오듯이 꼬박 찾아와

머리에 푸른 물만 잔뜩 들었습니다


이리 갸웃 저리 갸웃 머리만 쓰고 살다가

마음을 놓치고 사랑을 놓치고 나이를 놓이고

내 꾀에 내가 넘어가고 말았습니다


암만 생각해도 이번 생은 패()를 잘못 썼습니다






         

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한영애 / 봄날은 간다